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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충동적 만남



2010년 어느날, 대학원 연구실에서 논문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맥북에어를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공부는 안되고, 맥북에어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필자 성격상 한번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을 경우 대부분 구입을 하는 편이다. 그렇게 맥북에어 역시 내 손에 들어왔다.

맥북에어 생각을 빨리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서는 맥북에어를 구입하는 방법 뿐이 없었다. 그래서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바로 주문을 했고, 몇 일 만에 바로 받아볼 수 있었다.

사실, 필자가 구입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CTO 버전으로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업그레이드 하여 구입을 했을 것이다. 그 때 당시 돈 없는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던 학생 신분이란 점과, 이미 메인노트북(IBM ThinkPad T60), 서브노트북(IBM ThinkPad X60), 메인 데스크탑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양에는 큰 욕심이 없었다. 사실 SSD 64GB 에 2GB 메모리이면 맥북에어 2010 late 에 기본 탑재되어 있는 마운틴 라이언 OSX 정도는 가뿐히 구동 되던 시절이었다.




맥북에어의 용도는 강의, 세미나 정도로 외부활동의 목적이 강했다. 

필자는 2010년에 구입한 맥북에어를 아직까지도 가지고 있다. 물론 얼마전 까지는 배터리 관리를 위해 잠시잠시 꺼내어 충전하는 용도가 전부였고, 최근 3년 정도는 사용 빈도가 거의 없었다.





02. 다시 꺼내들다



청개구리도 아니고, 분명 좋은 컴퓨터들이 방 한가득 있으면서 왜 성능도 안좋고, 쓰기 불편한 맥북에어를 다시 꺼내들어 포스팅을 한 편 해 본다. 

사실 필자는 이번 주 동안에 맥북프로 2014 mid에 윈도우 설치 작업을 아는 분으로 부터 의뢰 받아 진행 중에 있었다. 비싼 맥북을 구입하여 윈도우를 설치하는 것이 좀 이상해 보이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사례가 많다. 워낙 윈도우 운영체제 없이는 살기 힘든 대한민국이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4시간 정도 작업 끝에 맥북프로 2014 mid 는 MacOS 를 품지 않고, 윈도우만 품은 외관만 맥북의 윈도우 노트북이 탄생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설치하기가 쉬웠고(상대적인 것이다. 말 그대로 예상보다 쉬웠다는 뜻이다.), 윈도우10이 잘 구동 되는 것을 보면서 갑자기 창고에 있는 맥북에어가 생각이 났다.

필자의 맥북에어에는 요세미티가 설치 되어 있었다. 2015년쯤 마지막 클린설치를 진행하고 그 이후에는 맥북에어를 통한 작업을 전혀 진행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후 출시된 맥OS 는 설치가 된 적이 없는 맥북에어였다.

구입한지 너무 오래되고, 애플 진영에 대한 기술 습득에 흥미를 잃은 필자는 최신의 맥OS 인  High Sierra가 과연 필자의 맥북에어에 지원이 될까 라는 한가지 호기심에 맥북에어 2010 late를 창고에서 꺼내왔다.


[그림1] 맥북에어 2010 late 기본형[그림1] 맥북에어 2010 late 기본형



03. 현역인가? 아니면 필자가 노인학대를 하고 있는 것인가?



맥북의 전원버튼을 누르는 순간 오랜만에 들려오는 맥북 시작음이 들린다. 아직 기스 하나 없이 깨끗하게 보존된 상태이다. 2010년도에 출시한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든다. 최신의 노트북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필자의 맥북에어 2010 late 모델은 맥북에어진영의 2세대 모델로 맥북에어 중 최초로 사과로고에 백라이트가 들어온 모델이다. 처음에 그 모습을 봤을 때에는 사과에 불들어오는 것 하나만으로도 구입 가치가 충분했다.


[그림2] 백라이트가 들어오는 맥북에어의 사과로고[그림2] 백라이트가 들어오는 맥북에어의 사과로고


정말 아름답다. 디자인이 필요 없을 것 같은 노트북에 디자인이란 개념을 붙여 제품이 아닌 예술 작품 하나를 만든 것 같다. 일단, 사과로고에 불이 들어왔으니 아직 죽지는 않은 것이다.




요세미티가 설치 되어있는 상태에서 인터넷 서핑을 해 보았다. 절대 쓸 수 있는 성능이 아니다. 메모리 2GB 로는 요즘의 웹 생태계에 발을 들여 놓기가 정말 힘들다. 잠깐 잠깐씩 프리징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타이핑을 할 때 키보드보다 화면의 문장이 뒤 늦게 따라오는 장면도 보이기 시작한다.

필자는 지난 주 맥북 프로를 윈도우 전용머신으로 작업을 의뢰받아 진행을 했었다. 문득 내 맥북에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방법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바로 윈도우 10 Enterprise Edition LTSB 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윈도우 10 Enterprise Edition LTSB 는 아마 생소한 버전일 것이다. 바로 Long Term Service Branch 의 약자로 보수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기업용 윈도우 버전 중의 하나이다. 최근 Windows 10 은 RS4 버전까지 업데이트가 완료 되었다. 버전은 1803 으로 반기 마다 업데이트를 해 주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기능도 많이 추가되고, 보안성도 강화 되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일반 사용자들인 경우 이러한 업데이트를 환영하겠지만, 기업의 IT 기기들을 관리하는 관리자 입장에서는 대규모 업데이트에 의한 문제(컴퓨터와 연결된 장비의 호환성 및 안정성)에 대해 아주 민감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반길 이유가 없다. 따라서, Enterprise Edition 계열에서는 보수적으로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LTSB 라는 명칭의 버전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LTSB 버전의 경우 순수 윈도우가 설치된 용량이 약 10GB 미만이다. 불필요한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서비스 조차 활성화 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엣지브라우저와 스토어 역시 설치되어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성능도 아주 뛰어나다.

하지만, 필자의 맥북에어 2010 late 는 Windows 10 Enterprise Edition LTSB 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UEFI 형식의 설치 USB 를 만들어 부팅화면 중 에러 메시지를 뿜어댄다. 설치화면조차 진입하지 못한다. 이럴 땐 자꾸 뭔가를 해보려고 하지 말고, 깔끔하게 빨리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주 맥북프로를 수리할 때 사용했던 Windows 10 Consumer Multi Pack 1803(RS4) 설치 USB 를 꺼내들었다. Home Edition, Education Edition, Professional Edition 중 세 가지 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통합 USB 이다.(BootCamp 상에서 제작한 USB이기에 맥북에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나마 설치 용량이 적은 Home Edition 으로 선택하고 설치를 하였더니 설치가 아주 잘 된다. 그리고 쓸만하다. 내 맥북 에어는 Windows 10 Home Edition 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구형 맥북에서 Windows 10 설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BootCamp 6.x 버전과 BootCamp 4.x 버전의 드라이버가 동시에 필요하다. 이미 구해 놓은 드라이버들이 있었기 때문에 BootCamp 6.x 로 1차 설치를 진행하고, 잡히지 않는 드라이버들은 BootCamp 4.x 로 수동 설치를 진행한다.




윈도우 업데이트 까지 마치고, 재부팅을 해봤는데 여기서부터 복병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무한 재부팅에 걸려든 것이다. 

구글링을 통해 구형 맥북의 Windows 10 무한 재부팅의 문제는 Bluetooth 드라이버 충돌, Intel Graphics 드라이버 충돌 등이 있었다. 처음에 Bluetooth 문제인 줄 알고, Bluetooth 관련 드라이버는 모두 삭제하고, Bluetooth 를 사용하지 않도록 설정한 다음 재부팅을 해 보았지만, 여전히 무한 재부팅이다. 필자의 맥북에어는 Intel Graphics 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Intel Graphics 드라이버 문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여러 삽질을 통해 필자가 겪은 무한 재부팅 현상은 Nvidia Geforce 320M 드라이버 충돌에 관련된 문제였다. 윈도우 기본 드라이버 부터 최신의 Nvidia 드라이버 까지 다 설치해 보았지만, 무한 재부팅 현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결국, High Sierra 로 재설치를 하였다. High Sierra 를 설치하고 나니, 본격적인 노인학대가 시작된다.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사이트 한번 진입을 하기 위해서는 답답할 정도로 느렸고, 프로그램 실행 자체가 두 세 템포씩 느렸다.


04. 노인학대는 계속되어야 하는가?



현재 맥북에어로 시험삼아 포스팅을 해 보고 있다. 이 글 역시 맥북에어로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글 작성 시 답답함은 없다. 하지만, 브라우저의 페이지 로딩 속도는 10년전 구형 컴퓨터의 성능과 같다. 역시 메모리 2GB 중 그래픽 메모리 일부 공유로 인해 1.6GB 정도만 시스템 메모리로 사용할 수 있는 맥북에어 2010 late 에 하이시에라는 무리였다.

이대로 깨끗한 맥북에어를 버릴 수는 없다. 방법은 데비안 계열의 리눅스 OS 로 갈아타는 것이다. 구글링을 통해 살펴 보았더니 이미 우분투 14.04 버전 부터는 맥북에서 리눅스가 상당히 깔끔히 작동 된다고 한다. 16.04에서도 잘 된다는 것으로 보아, 데비안 계열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Linux Mint 19 Tara xfce 또는 MATE 버전을 설치해 볼 생각이다. xfce 는 이미 저성능 컴퓨터에서도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맥북에어가 받아주기만 한다면, 현역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서브 노트북이 될 것이다.

얼마 전 까지 IBM ThinkPad X60 에 Ubuntu 16.04 Server 버전과 xfce 환경을 가지고 서브노트북으로 잘 사용을 했었다. 어느날 해외 선교지에서 노트북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보내버렸다.


[그림3] IBM ThinkPad X60 의 마지막 모습 #1[그림3] IBM ThinkPad X60 의 마지막 모습 #1[그림4] IBM ThinkPad X60 의 마지막 모습 #2[그림4] IBM ThinkPad X60 의 마지막 모습 #2[그림5] IBM ThinkPad X60 의 마지막 모습 #3[그림5] IBM ThinkPad X60 의 마지막 모습 #3


필자의 서브 노트북들은 계속해서 노인학대가 진행 중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서브노트북의 조건은 일단, 가벼워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지 홈 서버에 접속을 하여 작업을 진행 할 수 있어야 한다.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아도 상관 없다. X60 이 정말 서브 노트북으로는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선교지에서 필요하다고 하니, 보내 줄 수 밖에 없었다.

한 동안 서브 노트북 없이 지내다 보니, 간단한 작업을 진행 할 때도, 귀찮게 메인 컴퓨터를 키거나, 무거운 메인 노트북으로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가끔 여행이라도 갈 때에는 무거운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가느라 짐이 더욱 무거워 졌다. 가볍고 무겁고의 차이가 고작 500g 정도이지만, 500g 에 노트북 크기를 더하면 무겁고 자리만차지하는 천덕꾸러기가 된다. 특히 여행에서는 저녁에 잠깐 사용하기 위함 인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아이의 짐이 한 가득이다. 거기다가 풀프레임 DSLR 과 여러 렌즈들이 추가된다. 무거운 노트북 까지 추가를 해 버리면, 고생길이 열리는 것이다.

암튼, 맥북에어를 창고에서 꺼냈으니 맥북에어가 서브 노트북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셋팅을 해야 한다. 





05. 마무리



당분간은 다른 해야할 작업이 많으니, 맥북 에어 2010 late 에 현재 설치된 하이시에라로 서브노트북 역할을 수행 할 예정이다. 이 후 시간이 허락된다면, 리눅스 민트 19를 설치하여, 설치 가능성 및 안정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필자의 블로그에 계속 포스팅할 예정이다.

2010년 경 아무 생각 없이 디자인에 반해 충동구입한 맥북에어 2010 late. 비록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IBM X60 에 이어 서브 노트북으로의 충실한 역할을 기대한다. 아직 디자인도 멋지고, 조금만 만져주면 훌륭한 서브 노트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도도 안해보고 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필자에게 계륵 같은 존재가 필자에게 꼭 필요한 물건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2018년 9월 2일
Kuntt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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